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후기 천선란
장르 : 로맨스
발행일 : 2021.06.11
쪽 수 : 304p
추천 여부 :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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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선란 작가님 SF가 아닌 이런 소설도 적을 줄 알았구나.
천선란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건 이 사람이 생각하는 감정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 내가 생각하는 감정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 너무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아직 접하지 못한 작가님들도 많지만, 일단 내가 지금까지 접해 본 모든 작가님들 중에서 나랑 결이 가장 잘 맞는 작가님이 천선란 작가님인 것 같다.
일단 이 작가님이 말하는 사랑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은 일단 로맨스긴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랑이 있더라. 그런데 이 책은 로맨스가 주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외로움'이다. 인간의 가장 취약점이라면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라는 거 겠지. 인간이 인간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인간이 인간을 망가트릴 수 있는 것도 외로움인 것 같아.
소설 자체도 되게 재밌었고, 나랑 결이 참 잘 맞았던 소설이였네.
난 울란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 미친 남자를 너무 좋아해서.
근데 재밌음이랑 별개로 나는 천선란 작가님이 이런 소설 적는 것도 좋지만 역시 천선란 작가님 책하면 이끼숲이라거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랑 같은 느낌의 소설이 더 취향인 것 같다.
어디까지 개인 취향인 듯.
"외로움을 파고 드는 거."
"외로움?"
"응.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
완다는 이를 악물고 뛰어 내렸다.
불구덩이에서 뛰어내리듯, 혹은 불구덩이로 뛰어내리듯.
천사가 정말 선한 존재라면 인간이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인간이 악해지기 전에, 인간이 이타성을 잃어버리기 전에 중재했을 것이라고.
아주 사소하고 다양한 이유가 쌓이고 쌓여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고들 한다.
완다도 릴리를 처음 만난 그 날 릴리의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 아주 많다는 것은 아예 없다는 것과 같았다. 릴리와 친해지는 것에 이유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유가 너무 많았다. 다 꺼내지 못할 만큼.
슬퍼하는 마음에 원망과 증오가 끼어드는 것은 너무 비극적인 일이었다.
슬플 때 눈물이 난다는 거, 그래서 울 수 있다는 거, 그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야.
인간은 선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선善해 보이는 건, 단지 악惡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실체가 있어야 원망도 하는 법이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원망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
멀리서 보면 다 똑같은 별이지만, 가끔 유난히 밝은 별들이 있어. 그 중에서도 시선을 붙잡는 독특한 별 하나가 있다. 그런 별을 발견하면 눈을 감지 못해. 설령 네가 억지로 눈을 감아 버린다고 하더라도 보일 거야. 그 잔상이. 눈을 감아도 계속 잔상이 떠돈다면 외면하지 못할 거야. 너는 언젠가 반드시 그 별을 가까이 보기 위해 망원경을 들여다 보게 될 거다.
산타는 있었다. 산타는 완다가 믿지 않기 시작했을 때 죽었다. 매해 수십만 명의 산타가 태어나고 죽었다.
"그래서 좋아요. 선배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비틀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아서요. 균형이라 믿었던 것들을 기울여 바라보면 그곳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보이잖아요. 그걸 보는 거 같아요."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너무 쉬워. 나느 그게 서글퍼."
그는 난주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하다고 느꼈던 저 눈빛이 어느 순간부터 살모사 처럼 숨통을 조여 왔다.
"그런 감정을 애초에 느낄 수 없었다면 어떤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왜 다르다는 건 그토록 매혹적 일까. 다르다는 건 양날의 검. 나를 지킬수도, 나를 찌를 수도 있는데.
세계를 넓힌다는 것은 원래 아픈 것이다."
"사랑은 가장 비열한 변명이야, 완다."
"그런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슬퍼해."
"자신이 죽이고 슬퍼하기도 해."
"왜?"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죽어 있으니까."
"그럼 도대체 왜 죽이는 건데?"
"다 말해 줄 수 없을 만큼 이유가 너무 많아."
사랑은 사랑으로 멀물지 않는다. 사랑은 익숙함이 되고, 배신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원한이 되고, 편안함이 되고, 증오가 되고, 버팀목이 되고, 파괴자가 된다. 사랑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단어 개수만큼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억압과 자유, 진실과 왜곡, 숭배와 혐오. 모든 걸 전부 끌어난는 것이 사랑 그 자체다. 사랑은 사랑이라 혐오마저도 끌어안는다.
증명할 수 없는 관계는 이토록 서러웠다. 둘이 있어야만 과시할 수 있었던 깊은 인연 가운데 한쪽이 먼저 사라지고, 수연은 끊어진 끈을 손에 쥔 채 홀로 추억해야 할 거였다.
고작 며칠을 같이 했을 뿐인데 평생을 그리워하는 건 벌이나 다름없다고. 모든 관계는 처음부터 불공평하다. 더 오래 사는 쪽이 불리했다. 언제나.
"누군가를 아낀다는 마음은 이런 식으로 허락도 없이 마구 새어나와. 눈빛으로, 손끝으로, 혀끝으로..."
"사람은 1이 아니라 0이야. 0과 0은 만나서 아무것도 되지 못하지. 단지 0 옆에 또 다른 0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인정은 하되, 그 외로움에 지지 않으면 돼. 언제나 네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외로움을 잘 끌어안아 주면 된다."
"사람도 시들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시드는 건 막을 수 없지 않은가. 내가 피었기에 저문다는 것을 아름답게 받아들여야지. 그렇지?"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왜 이런 성격을 타고나서 남들이 하지말라는 걸 굳이 하지 않으면 죽을 만큼 괴로운지 모르겠어.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 나는 이러려고 태어났구나 하고.
인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로운 자들을 홀로 두지 않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