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어디서든 간에 당신이 만약 그를 보게 된다면, 그러니까 얕은 개울가나 깊은 호수나 흐르는 강물이나 파도치는 바다에서 어쩌면 사람 같기도 한데 조금은 물고기 같기도 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에게 전해주세요. 삶이라는 전주받은 물속에서 나는 가라앉지 않고 망연히 시체처럼 떠있지도 않으며 끝없이 팔다리를 움직이며 헤엄치고 있다고 말이에요. 당신만큼은 못하지만 나도 어쨌든 숨을 쉬고 있다고 말이에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런 다음 혹시 그가 궁금해하면 말해주세요. 아무리 산란회유를 하는 물고기처럼 힘차게 몸을 솟구치려 해도, 이 세상에 혼자만의 힘으로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이에요. 누에고치처럼 틀어박혀 자신만의 잠사로 온몸을 감싼 채로는, 코가 뚫리고 건강한 폐를 가졌다 해서 숨 쉴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누구나 아가미를 대신할 존재를 곁에 두고 살아야만 하며, 내 옆에는 다행히 그런 분들이 있다고 말이에요. 오늘 당신이 보신 이 짧은 이야기는 그 많은 이들의 힘으로 나왔다고요.
그러고나서 그가 말없이 물속으로 사라져간다고 해서 놀라지 마세요. 그와 우리는 다르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동소체와도 같은 생물들이에요. 완전히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떻게 배열되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다이아몬드와 흑연의 관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