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후기 양귀자
장르 : 범죄, 드라마
읽은 기간 : 2026.05.16~2026.05.19
쪽 수 : 368p
추천 여부 :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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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양귀자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소설을 1992년에 낼 생각을 했을까. 이 말만 한 10번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만큼 진심으로 대단하고 파격적인 작품이라서 계속 곱씹게 된다.
톱스타 남배우를 납치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라 다소 과격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긴 했지만 소설이라는 범주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허구고 전하고자하는 이야기도 좋았으며, 몰입력이랑 흡입력이 상당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90년대에 페미니즘 논란이 일어났다는 소설인 만큼 강민주라는 염세적인 여자의 서사 위주로 나열된 소설이고 당시 (혹은 아직까지도) 남자와 여자를 두고 차별화 되는 폭력과 가십이 잘 표현 되어있어서 그랬던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읽으면서 느꼈던 건 이건 92년에 나온 소설이고 지금은 2026년인데 사회가 저 때랑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좀 묘하더라.
그리고 오타쿠 후기 : 나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자존심, 자존감 다 버릴 줄 아는 남자가 너무 좋다. 황 남 기.
삶이란 신(神)이 인간에게 내린 절망의 텍스트다.
나는 오늘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텍스트 그 자체를 거부하였다. 나는 텍스트 다음에 있었고 모든 인간은 텍스트 이전에 있었다.
이건 오만이 아니다. 나는 이제까지 한번도 내가 이 땅의 사람들과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조건이라는 말에서 다소 불순함이 풍긴다면 기꺼이 태도를 말로 바꿀 용의가 있다.
나는 나를 건설한다. 이것이 운명론자들의 비굴한 굴복과 내 태도가 다른 점이다.
나는 운명을 거부한다. 절망의 텍스트는 그러므로 나의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것이다.
...나한테 너는 지금으로서 십만이나 되는 다른 사내아이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내아이일 뿐이지. 따라서 나는 네가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 너 역시 내가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야. 네게 있어 나는 십만이나 되는 다른 여우와 똑같을 뿐이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된단다. 너는 내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단 한사람이 되는거고, 나는 네게 있어 둘도 없는 여우가 되는 거지...
아무도 하지 않는 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나는 그런 미지의 언어를 원한다.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 세상에 새로움이란 없다'는 식의 단언이다.
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음을 뒤집은 자리에 있다. 장애물이 나와도 나는 그것을 뒤집어 버린다.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순수하기에 용감한 것이고 용감할 수 있기에 순수한 것이다. 여기에는 옳고 그르거나, 추하고 아름답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논리가 발붙일 자리가 없다. 그 단순 명료함, 이것이 우직한 삶이 지닌 미덕이다.
모든 젖어있는 것들은, 그것이 여자의 얼굴이건 남자의 얼굴이건 관계없이 나를 슬프게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서서히 깨닫는다. 모든 젖어있는 것에 나는 태연할 수 없다. 젖은 얼굴의 비애 앞에서 나는 꼼작도 하지 못한다.
모든 금지된 것은 유혹이고 아름다움이다. 죽음조차도.
잘 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지속되는 삶의 궤도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커브를 도는 일은 누구에게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소설이 커브를 결심한 모든 이에게, 잠시라도 힘이 되었길 바란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