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 후기 구병모
장르 : 로맨스, 범죄
출시일 : 2025.09.17
쪽 수 : 352p
추천 여부 :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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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디감성 현대로맨스인데 너무 글을 잘 쓰셔서 문장 버릴게 없었다.
특히 절창 자체가 소설, 책과 관련된 서술이 정말 많은데 그만큼 희극, 비극, 신화를 인용한 부분들이 꽤 많아서 '와 개어려움' 하는 거랑 별개로 작가님이 책과 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시는지 너무 잘 느꼈다.
거기에 굴다리감성 현대로맨스 진짜 못 참음.
진짜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서 카페에서 입꼬리 씰룩거림.
그리고 난 진짜 구병모 작가님이랑 작품 안에 있는 남자 캐릭터들의 취향이 잘 맞음.
껄렁껄렁하고
싸가지없는데
애정에 문제있어서
애정을 망설이는 남자.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병모 작가님 소설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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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보로 감싼 은수저도 시나브로 닿은 공기에 검게 변해버리듯이, 사태는 굳이 그것을 훼손할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할 때 부터, 펜을 들어 글을 쓰는 순간부터 재구성이라는 명분으로 변질됩니다.
(...)
어떤 진실은 은닉과 착란 속에서 뒹굴 때 비로소 한 점의 희미한 빛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 말라는 걸 해야만 비로소 세상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이치를, 이야기의 배태란 일상의 붕괴와 질서의 와해 그리고 소망의 파탄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한 시기는 아니니까요.
─그애는 나의······ 질문입니다.
─나한테 주어진 지극한,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아?"
"뭐든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다 거짓말이니까."
어차피 이름이란 몇 개 음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원한 적 없을뿐더러 때로는 당혹스러울 뿐인 약속의 표기에 불과하니까.
"지적인 무리는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난 지성에 대해서는 허영이란 말을 붙이는 거 찬성하지 않아. 그건 뭔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켜."
우리 사이에 처음부터 잘못 기입된 글자를, 늦었지만 이제라도 지우고 고쳐 써나갔으면 좋겠다고.
"신이라는 건 있잖아, 그냥 하나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생각해."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누구도 답을 알아낸 적 없는 질문."
대답 없는 질문만이 영구히 계속되는 무덤과, 이미 그 이름이 새겨진 까닭에 뿌리까지 뽑아내지 않고 선 번복할 수 없는 묘비. 그런 신을 모시는 사람은 믿음으로 충만하다고······ 스스로 복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당신의 질문은 무엇이지?
책 속에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등장하는 까닭은 인간이라는 텍스트가 얼마나 복잡하며 해결 불가능한 문제와 총체적인 모순으로 빚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