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후기 정유정
장르 : 드라마
읽은 기간 : 2026.02.17~2026.03.09
쪽 수 : 348p
추천 여부 :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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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설이 나에게 질문을 함.
너는 누구냐고. 자신을 외면하고 있지 않냐고. 원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쓰고 있냐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 후회, 좌절이 있다. 억압하는 삶 너머의 자유를 찾고 싶어 하기에 그로 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마음도 분명 존재하고.
그래서 류승민이랑 이수명이 정신병원이란 곳에서 자신이 바라는 자유를 찾는 게, 어쩌면 독자들에게까지 네 자신의 자유를 찾아 용기내보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일단 여기까지는 쥐어 짜낸 독후감이고.
재미로 따지면 개인적으로 종의 기원 더 재밌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는 건 절대 아님. 내심쏴도 진짜 개 재밌었음.
그래서 사실 별점 3개 반 줄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류승민이 진짜 너무 말라비틀어진 취향 허세쾌남이라서 별점 반개 높아짐.
소설 남자 취향 : 문오언, 투우, 윤강하, 류승민 < NEW
"미치광이는 미쳐야 사는데, 못 미치게 하니까 미쳐버린 거야."
타임 워프(Time Warp), 버뮤다 삼각지대, 엘도라도, X-파일, UFO. 나열한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그렇다. 불가사의다. 인간의 변덕도 이 단어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이유가 있듯 그들에게도 이유가 있다. 타인과 교신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게 비극일 뿐이지. 사람들은 스스로 그걸 '영화'라고 칭했다.
시간은 바다처럼 존재하고 사람들은 폐허의 바다를 표류하는 유령선이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쯤에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들은 알 길이 없다. 의미도 없다. 자신이 서있는 지점과 시간의 흐름이 곧 삶이 되는 곳은 반대편 세상뿐이다. 미래가 있는 인간들이 사는 곳, 시계의 숫자판이 의미를 가진 세상. 승민을 미치게하는 시간은 그쪽 세상의 시계에서 소모되는 시간이었다.
저 높은 산이, 저 넓은 바다가, 세상의 모든 하늘이 내가 정복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세상의 총구들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내 심장을 쏘라고.
나는 죽고 싶다고 고백했다. 승민은 살고 싶다고 자백했다.
"난 순간과 인생을 맞바꾸려는 게 아냐. 내 시간 속에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게 나한테는 삶이야. 나는 살고 싶어. 살고 싶어서, 죽는 게 무서워서, 살려고 애쓰고 있어. 그뿐이야."
나는 팔을 벌렸다. 총구를 향해 가슴을 열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문학은 내게 거대한 산군이었다. 마냥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조바심치고 절망했던 날들이 길고도 길었다. 이제 그 한 귀퉁이 기슭에 기적처럼 발을 걸쳤다.
나는 바란다. 어디에 닿을지, 다다른 곳에 무엇이 있을지 스스로 두려워하지 않기를. 뒤돌아보지 않기를. 한발, 한발 갈 수 있기를.
-작가의 말-